
임산부 혈압이 계속 올라 집에서 가까운 구로고려대학병원으로 배정받은 우리는, 병원의 크기에 압도당해 정말 우리에게 큰일이 생긴 거 마냥 두려움에 떨며 교수님을 만나게 됐다.

교수님은 시크하면서도 유머러스하신 분이었다. 우리에게 임신중독이 맞고 앞으로 관리를 잘하라고 했다. 근데 의외로 먹는 걸로 스트레스받으면 더 혈압 오른다고 먹고 싶은 거 먹으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말해도 건강식으로 먹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교수님은 위험한 상황이지만 그렇게 걱정은 안 해도 된다며 자연출산도 충분히 가능하니 자연분만하자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제왕절개를 하고 싶다고 하자 교수님은 단호하게 "제왕절개도 엄연한 수술입니다. 수술은 산모에게 위험할 수 있어요. 자연분만 합시다. 우리 해보는 거예요 자연분만." 너무 단호하고 우리가 잡을 수 있는 밧줄은 교수님 뿐이라 알겠다고 했다.
와이프가 산부인과는 집에서 도보 2분 거리라 혼자서도 잘 다녔는데 대학병원은 꼭 같이 다니자고 했다. 혼자서 다니기에는 무서워서 그랬을 거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상상도 하기 싫었을 거니까. 아내는 주사 바늘을 엄청 무서워하는데 매번 병원에 가서 피 뽑고 검사받고 참 고생이 많았다.

그 와중에 몸이 안 좋다고 해서 응급실을 두 번이나 갔다. 두 번 모두 병원에서는 괜찮으니까 집에서 쉬면 된다고 했다. 마음의 병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두 번 모두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갔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종교도 미신도 믿지는 않지만 '다리 없는 날'로 하려고 했다. 근데 교수님이 날짜를 정해주셨다. 정말 아기자기한 선택권은 모두 없어졌다. 생각해 보면 당시 교수님은 우리에게 교주님이었다. 그냥 안전하게 아기를 만나기만을 바라고 기도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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