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킬로로 아주 작게 나온 우리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엄마의 뱃속의 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이라. 미숙아들이 크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나도 애기 아빠가 됐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엄마는 제왕절개 수술로 인해 침대에 누워있었다. 면회 시간이 하루 두 번 짧은 시간이기에 애기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동영상 찍고 태명을 불러주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장인 장모님 어머니 아버지 모두 굉장히 기뻐하셨다.

와이프에게 돌아오니 모든 힘이 빠진듯한 모습이었다. 고통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지 통증을 줄여주는 버튼을 계속 누르고 무통주사도 맞고 난리도 아니었다. 와이프 성격상 며칠은 그냥 누워있을 줄 알았는데, 2인실이었던 우리 방에 옆 환자분이 낑낑거리면서 막 돌아다닌 걸 보더니 자기도 걸어보겠다고 열심히 병원을 내부를 돌아다니며 산책했다. 열심히 걸어 다녀야 방귀도 나오고 밥도 먹고 빨리 회복한다고 한다. 근데 옆에 환자분은 무리했는지 새벽에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다. 간호사들이 우르르 와서 진정을 시켰는데 옆에 있던 우리는 잔뜩 졸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컨디션이 좀 좋아졌는지 애기를 보러 가겠다고 했다. 같이 손소독을 하고 핸드폰도 반질반질하게 닦아주고 의사들이 입는 비닐 가운을 입고 복순이를 만나러 갔다.

마침 응애응애 울고 있는데 와이프도 같이 우는 것이 아닌가. 왜 우냐고 물어봤더니 아기가 우는 모습이 안쓰럽다는 것이다. 한 몸이었던 둘의 만남이 참 신기했다. 뭔가 안 보이는 실이 이어져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신생아실을 나오면서 와이프는 "해달라는 건 모두 해주고 싶어"라고 했다. 다 주고 싶은 마음. 그게 모성애인 듯하다.

며칠 후 퇴실을 해야 했고 애기는 신생아실에 남겨져야 했다. 아내는 애기 없이 조리원에 들어가야 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세상에 애기 없이 조리원에 가게 되다니. 조리원은 코로나 여파로 아내만 들어갈 수 있었다. 금남구역이었다. 그래서 나는 짐만 넣어주고 간식으로 나온 빵을 몇 개 주어 먹고 귀가를 했다.
집에 오니 오래간만에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이걸 꿀맛이라고 해야 하나? 애기는 신생아실에 간호사들의 간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고, 와이프는 조리원 선생님들이 배불리 먹이고 침대에서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며 쉬고 있으니, 모두가 각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좀 번거롭다면 애기가 엄마의 모유를 먹어야 면역력이 생기기 때문에 출근하는 아침 퇴근하는 저녁 아이스팩에 담긴 모유를 배달해야만 했다. 그러고 나서 혼자 밥 차려 먹고 빨래하고 청소하면서 내 가족들이 돌아올 날을 기다렸다.

2주로 잡아놨던 와이프의 조리원 일정이 일주일로 변경됐다. 애기 없이 혼자 사육당하듯이 먹고 자는 게 우울하다는 것이다. 나야 돈이 굳으니까 좋았다. 아내는 집에 돌아오니 더 활기차졌다. 집 앞에 스타벅스에 가서 디카페인이지만 커피도 마시고 백화점도 돌아다니며 기분전환을 하는 듯했다. 그렇게 4일 정도를 쉬면서 매일 2번씩 애기 면회를 갔다. 점점 애기가 집으로 올 시간이 다가왔지만 애기를 맞을 준비는 끝이 없는 듯했다. 빨래는 매일 2~3번씩 했고 육아 관련 준비물들을 계속해서 샀다. 당근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들은 저렴하게 샀다. 주변사람들도 필요한 게 뭐 있냐며 많은 금전적 도움을 주었다.
와이프가 집에 돌아온 지 4일 정도가 지났나 병원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애기가 2킬로가 넘었으니 이제 퇴원해도 된다는 것이다. 애기가 신생아실에 있어서 시간적 여유를 얻었고 준비를 매일같이 했지만, 당황스럽기는 여전했다. 우리는 하루만 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 다행히도 우리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줬다. 다음날 2주 동안 도움을 주실 아주머니와 동행해서 애기를 데리고 왔고, 그렇게 전쟁 같은 육아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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