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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생각정리통

22년만에 중학교 동창을 만나다.

 

중학교 동창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안녕 나 기억나?" 당연히 기억나는 친구였다.

나는 별로 친구도 없었거니와, 그 친구는 소위 잘 나가는 친구였기에

비교적 힘이 약했던 나를 일진들에게서 보호해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당연히 기억이 난다 잘지내냐?"는 형식적인 대화가 오고 갔고

갑자기 "보고싶다"고 "날잡자"고 적극적으로 나오는 그 친구의 말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혹시 보험하나?' '위험한 사업을 하는데 바지로 내세울 사람이 필요한가?'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홀몸이 아니라고 매번 조심하라고 말하는

아내도 떠올랐다. 하지만 거부하기에는 학창 시절 내가 받은 은혜가 크기도 하고

잘 지내고 있는지 요즘은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급하게 날을 잡아 만나됐다. 최대한 조심하는 티를 내지 않는 선에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그 친구는 조심스래 봉투를 꺼냈다.

레이스가 엄청 달린 청첩장이었다. '아.. 결혼하는구나' 정말 다행이었다.

혹시나 무슨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다. 근데 정말 잘된 일이었다.

요즘 저출산에 결혼도 안 한다는데 이 얼마나 축복인가.

 

배우자가 될 분은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회사의 첫째 딸이라고 한다.

그래서 성대한 결혼식이 될거고 소위 잘 나가는 하객들이 올 거라고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체대를 나왔기에 대기업 엘리트 직장인은 아니지만

장인어른 앞에서 당당해 보이기 위해 노력한 모습들이 보인다.

그리고 20년 넘는 세월까지 올라가 밥을 사주며 초청하는걸 보니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모아 양쪽의 하객수를 맞추려고 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밀린 우리의 이야기는 꽃을 피웠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직 40이 안된 나이지만 동창중에 벌써 세상을 떠난 친구들도 있었고

엄청나게 잘나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영화배우 아나운서 세무사 회계사 등등

예전 같으면 부러움과 시기 질투 그리고 나도 열심히 살아서 그들만큼의

부와 명성을 쌓겠다는 욕심이 가득했을 텐데, 요즘의 나는 그렇지가 않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일뿐, 우리 가족 내 딸의 건강과 안녕이 최우선인 것 같다.

이것도 나이가 들면서 변하게 되는 생각들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8월 결혼식때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설거지할때 샤워할 때 자기 직전 눈감았을대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자주 하게됐다.

항상 질문을 던진다. "그때 난 왜 그랬을까?"

그 질문의 끝에 더 나은 미래가 있다면 좋은 상상이 되겠지만,

그냥 어뚱 했던 나의 과거에서 항상 끝이 난다.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사춘기'인 것 같다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많이 읽어라. '다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고,

학창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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